요즘 세상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미디어 또한 그렇다. 세상과 미디어 둘다 변한다면 둘의 관계는 어떠한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변해가는 것이다. 미디어 역사는 인류 역사와 같이 이루어진다. 인류의 긴 역사를 보면, 말 → 전신, 전화, 영화 → 라디오, 텔레비전 → 컴퓨터, 컬러, TV, 인터넷 → 태블릿 PC, DMB, 스마트폰, SNS, LTE, 5G, 사물 인터넷 순서로 이루어졌다. 인류의 긴 역사 속에서 보면 언급한 대부분의 미디어가 우리 생활에 들어온 것은 최근의 일이다. 말, 글, 인쇄 미디어를 제외한 미디어들은 세상에 나온지 100년을 넘지 않았으나 근대 미디어인 전화, 영화, 라디오는 100년을 넘겼다. 이처럼 갈수록 다양한 미디어가 등장하며 세상은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가 만들어지는 많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삶 안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미디어는 일상적인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급격히 진행되어 이삼십년간 휴대 인터넷 기술 발전으로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각종 네트워크 기술로 휴대 전화외에도 첨단 스마트폰을 이용한 다양한 정보 통신 서비스의 이용과 새로운 사회적 관계망 형성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의 발전으로 인간과 인간 간의 소통을 넘어 사물과 사물 간의 통신까지도 가능한 시대가 되고 있다. 인간사에 있어 가장 오래된 미디어는 말이나 그림 혹은 문자와 같은 표현이다. 편지, 신문, 책도 오랜시간동안 이루어 낸 성과이다. 영상등을 빛이나 전자기 신호 등을 통하여 사진,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미디어 기술의 등장과 발전은 인간의 긴 역사에서 본다면 최근에 이루어진 성과이다. 컴퓨터의 출현과 그것을 응용으로 가능하게 된 디지털 미디어 기술의 혁신은 극히 짧은 기간 내에 이루어진 놀랄만한 결과이다. 이렇게 미디어 기술의 발전은 가속화되고 있다. 미디어는 어떻게 변해왔고, 왜 그렇게 변해왔는가? 미디어는 인간의 욕망과 지혜의 산물이며, 그러한 미디어의 역사는 인간 커뮤니케이션 진화의 역사다. 어느 특정 시기에 미디어 기술이 개발되고 등장하는 것은 국가 특성 구성원들이 지닌 당대의 특정한 욕망과 불가분한 관계에 있으며,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지혜가 가능할때 비로소 특정 미디어가 등장하게 된다. 역사의 특정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새로운 미디어들은 그 이전의 미디어로써는 불가능했던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적 한계를 기술적으로 극복하고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진화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인간 커뮤니케이션 진화의 역사로서 우리는 근본적인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느 특정 시점에서 이전과 구별되는 인간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혁명적 확장 국면을 보게 된다. 몇몇 사학자나 미디어학자들은 변혁기를 ‘혁명' 이라는 이름을 붙여 구별하기도 하고 미디어적 특성에 따라 몇가지 단계나 시기로 시대 구분하기도 한다. 미디어 기술의 변화 자체를 앤서니 스미스는 문자 혁명, 인쇄 혁명, 전자 혁명이라고 했는가하면, 존 피더는 인쇄/1차 커뮤니케이션 혁명과 컴퓨터/2차 커뮤니케이션 혁명으로 구분했다. 빌 코바릭은 인쇄 혁명, 영상 혁명, 전자 혁명, 디지털 혁명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이들의 시대 구분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다섯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문자 이전 시기(구두 언어 시기), 문자 시기, 인쇄 시기, 텔레커뮤니케이션 시기, 컴퓨터 등장 이후의 시기 등이다. 이들 각 시기를 특징짓는 미디어, 글 등의 등장으로 미디어 기능적 한계를 극복하며 미디어를 통한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이 단계별로 확장되고, 고도화되는 새로운 시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의 한 노학자는 말을 인간 최초의 ‘매스 미디어'라고 한 적이 있다. ‘말'은 가장 오래된 미디어이다. 물론 최초의 인간이 생겨나자마자 바로 말을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인간의 말이 왜, 어떤 상황에서 생겨났는지를 생각해보자. 인간 상호 간의 의사 전달은 물론 감정과 욕구 표현 등에 있어 말처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말의 기원과 관련해서 먼저 창조론적 관점을 살펴보자. 신이 말을 만들었거나 인간에게 말을 하는 능력을 부여했다는 관점이다. 창세기 1장 3절에서는 “빛이 있으라!” 하고 하느님이 먼저 말한다. 세상은 하느님의 ‘말씀'으로 만들어진다. 또한 바벨탑으로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제 2, 제3의 외국어도 만들어진 것이다. 반면에 진화론적 관점에서는 말의 기원을 주장하는 이들은 인간의 삶의 조건이나 인간의 필요, 욕구 등과 말의 기원을 연결시킨다. 인간이 살아가다가 말을 하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에 봉착했거나 말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에 꾸준히 발전해 온 것이다. 말의 기원에 가장 유명한 인물로는 프리드리히 엥겔스와 장자크 루소이다. 엥겔스는 말의 기원과 발전을 생존을 위한 노동 과정의 발전에서 찾고 있다. 루소는 말이란 것을 약자의 강자에 대한 의존의 욕구에서 찾았다고 한다. 자연에서는 인간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생활을 하였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았으나 인간의 관념이 확대되고 인간의 수가 많아지면서 의사소통이 생겨나게 되었다. 말은 본래 약자의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것이라고 루소는 말한다. 엥겔스와 루소 둘다 말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결국은 말이 생겼고 발전해 왔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루소의 입장에서 보면 말은 더더욱 절실한 것이었다. 척박한 환경에서 약자는 굶어 죽게 마련이다. 아이도 울어야 젖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살기 위해서 말하고, 더 잘 살기 위해 말을 굳이 더 잘해야 했다는 것이 루소의 말에 대한 솔직한 진단이다. 문자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오랫동안 ‘말'을 중심 매개로 하는 구두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거쳐왔다고 할 수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말은 살아 있는 사람들끼리 직접 만나거나 한데 모여서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주고받기도 하고, 어떤 것을 알리거나 누군가를 설득시키기도 하는 미디어다. 그러나 한번 뱉으면 주워 담기가 어려운 미디어이기도 하다. 말이 갖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메시지의 저장이나 의미의 보관 혹은 보존이 가능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했는데, 그것은 글(문자)이고, 그림이나 문양은 그것의 보다 원초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이전에 인간은 자신의 관념 속에 있는 무언가를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문자는 그림에서 출발했다고 말한다. 언어학자들은 그림이 간략화되고 추상화되어 단어 문자가 되었고, 다른 민족들에게 전파되는 과정에서 의미 부분은 빠지고 발음 부분만 남아 음절 문자가 되고 그것이 다시 음소 문자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고 본다. 그림이든 글자에 사람들이 경험하고 느낀 것들이 깃들어 있다. 말로도 충분히 가능하지만 말은 그 당시에만 효력이 있지 오래가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글자, 문자의 발명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기능적 한계를 뛰어넘은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영국의 언론학자 앤서니 스미스는 인간의 3대 커뮤니케이션 혁명의 첫번째에 ‘문자 혁명'을 올려놓고 있다. 문자의 등장으로 인해 사람들은 뭔가를 기록할 수 있게 되었다. 단순히 자기자신의 생각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일어난 어떤 객관적 사실이나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인류는 문자를 통해 기록물을 남기면서 스스로 역사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말과 글에 이어 어느순간부터 인쇄술이 등장하였다. 동양에서는 600년경에 책 인쇄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나무 판에 글자를 새겨 인쇄를 하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진흙이나 나무 조각으로 활자를 만들어 인쇄를 했다. 인쇄술이 발전하여 동양에서는 13세기, 서양에서는 15세기에 이르러 금속 활자를 이용한 인쇄물이 등장하게 되었다. 인쇄술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동일한 내용을 여러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일일이 손으로 적어야만 했다. 성경, 불경, 서당의 교재 또한 인쇄술로 가능했다. 인쇄술은 동일한 메시지의 다량 복제가 가능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앤서니 스미스는 이러한 ‘인쇄혁명'을 인간 커뮤니케이션 역사에 있어 두번째의 획기적인 변화로 보았다. 인쇄술은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더 많이 찍어내고, 더 많은 곳으로 전파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필요성을 느꼈을때, 당시에 동원 가능한 기술적 수준에서 출현하게 된 새로운 미디어였다. 이러한 인쇄술이 동양에서 일찍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나무판에다가 글자를 새겨서 인쇄한 목판 인쇄술이 600년경 중국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이 불국사 석가탑에서 발견된 신라시대의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라는 사실은 세계적으로 공인된 것이다. 그러나우리나라의 경우 인쇄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지닌 최대의 자점이나 특성인 다량 복제와 이를 통한 메시지의 대중화로 연결되지 못한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메시지의 대중화로 연결시키지 못했다는 점에 한계가 있다. 인쇄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는 세상에서 일어난 일을 알리는 중요한 정보 전달의 수단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유용한 지식을 전수하는 교육과 계몽의 수단이 되기도 했으며, 나아가서는 정치적 선전이나 상업적 광고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자기네 이해관계 속으로 끌어들이는 대중적 설득 커뮤니케이션 미디어로 발전하였다.
말과 글이 서로 통하고, 메시지의 다량 복제가 가능한 인쇄술이 발달한 시기에 이르렀다고 해서 사람들 간의 정보 전달이나 소통에는별다른 문제가 없었을까? 아주적은 양의 메시지라고 해도 아주 멀리까지 빠르게 전달할 필요가 있을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러한 상황에서 전신 기술의 발명은 또 다른 혁명을 일으켰다. 1844년 미국의 새뮤얼 모스가 최초의 전신 메시지를 송신했을때, 그는 하나님께서 위대한 일을 하셨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전신 기술의 발명과 발전은 오늘날 여러가지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을 가능하게 한 원천이 된 것이다. 전신술은 근대적인 과학 기술을 응용하여 원격지 간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새로운 역사를 활짝 열어 놓게 되었다. 그러한 원천 기술은 전화, 무선 전신, 라디오, 텔레비전 방송 등 다양하게 발전하게 되었다. 모스의 전신술 발명으로부터 채 100ㄴ녀년년도안된시기동안 전화(1876), 무선 전신(1895), 라디오 방송(1920), 텔레비전 방송(1936) 등 근대적인 텔레커뮤니케이션 미디어들이 줄줄이 등장했던 것이다. 그 후 영화(1895)도 등장하게 되었다. 이전 미디어와는 확연히 다른 메시지 전달의 원격성과 신속성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 그 자체로 보면 참으로 새롭고도 놀라운 것이었겠지만, 전신 기술에 대한 주도권 장악이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었다는데 이르면, 미디어기술 역시 ‘양날의 칼' 이이라는점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은 메시지 전달의 신속성과 원격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통신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방송은 한 곳에서 메시지를 보내지만 그러한 메시지를 수신하는 것은 불특정 다수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방송기술 역시 1,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급속히 발전했다. 1920년대 라디오가 처음 등장했을때, 사람들은 미디어에서 흘러나오는 자극적인 목소리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컬러 TV의 출현은 텔레비전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시청각 메시지의 원격성과 신속성과 현장성에 흑백이 아닌 컬러이기에 더 높은 사실성을 구현시킨 기술적 진전을 보여주었다. 뒤이어 비디오 녹화 기술의 발명은 영상 메시지의 대량 복제를 가능하게 했고, 케이블과 위성 기술의 발전은 케이블 TV나 위성 TV 등 영상 메시지의 전송로를 보다 다양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기존의미디어,즉 인쇄 미디어와 방송. 통신 미디어들이 나름대로 발전해 나가는 와중에 컴퓨터가 등장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진 에니악이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발명된 것이다. 계산기의 능력을 계속 발전시켜 오던중 1만 8,000여개의 진공관을 이용한 대형 자동 전자계산기가 그 위용을 드러냈다. 그러나 지금은 계산기를 넘어 정보 축적과 처리, 전달, 공유는 물론 생활 속의 많은 도구들을 자동화하고, 크고 작은 수많은 일을, 즉 개인 수준의 사사로운 일에서부터 범지구적인 복잡한 일까지도 처리하고 관리하는 핵심 수단이 되었다. 그런 이유로 앤서니 스미스는 인간사에 있어서의 세번째 커뮤니케이션 혁명으로 ‘전자 혁명'을 들고 있다. 컴퓨터의 등장이 또 다른 새 커뮤니케이션 시대를 열었다. 디지털 혁명은 기존 문자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보존성과 인쇄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복제성, 그리고 텔레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신속성과 원격성을 고도화시켰을뿐 아니라 실시간 및 비실시간 상호작용을 보다 진전시켰다. 처리 속도는 빨라지고 용량은 커지는 반면 크기는 더욱 작아지는 추세를 보여 왔다. 이제 사람들은 개개인이 자신의 개인용 컴퓨터를 휴대하고 다니는 시대로까지 발전했다. 컴퓨터 그 자체로서는 데이터나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데 그쳤지만 컴퓨터 간의 연결을 통해 정보 및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한 컴퓨터 간의 연결을 통해 정보 및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게 되었다. 인터넷은 그 자체가 다양한 정보 통신 서비스의 핵심 네트워크가 되었으나, 인터넷망을 통해 기존 미디어가 서비스되는 형태로도 발전했다. 1980년대 초 온라인으로 서비스되던 전자신문이 인터넷 신문으로 발전했는가 하면, 1990년대 중반에는 온라인 통신 업체들이 인터넷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고, 그 뒤 인터넷을 통한 라디오 방송과 전화, 웹TV 등이 이루어지면서 기존 미디어 서비스가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서도 제공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는 개개인이 인터넷상에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하거나 공유하는 등 미디어의 개인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인터넷의 발명과 발전이 모두 군사적 목적에서 시작되었다가 점차 정부의 행정적인 목적이나 대학에서의 연구 목적 등을 거쳐 나중에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상품화되고 산업화되는 길을 걸어왔다는 것은,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정치. 경제적인 목적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한다. 정보가 힘이 되고 정보가 돈이 되는 것은 ‘정보 사회'에서만 통하는 논리가 아니고, ‘이미' 그리고 ‘언제나' 인류 역사의 태고 때부터 당대의 중요 정보는 당대의 중요한 힘이 되었고, 당시의 가치 있는 정보는 그만큼 당시의 가치 있는 재화가 되었던 것이다. 한편 이러한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과는 별도로 정보 통신 기술의 디지털화에 따라 무선 이동 통신 서비스도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괄목할 만한 진전을 보였다. 미래 이동 통신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이를 넘어 앞으로는 사물과 사물 사이에서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제기된다. 디지털 기술은 또한 기존의 아날로그 방송도 디지털로 대부분 바꿔 놓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이러한 과정에서 개별적으로 발전해 오던 미디어들이 점차 융복합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여전히 한편에서는 인쇄 미디어, 방송 미디어, 통신 미디어, 저장 미디어 등이 각기 나름대로 발전해 나가고 있지만 디지털화 추세에 힘입어 이들 미디어 간의 전통적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과거 완전히 구분되어 있던 방송망과 통신망이 이제는 하나로 통합된다. 방송망을 통해 서비스가 이루어지는가 하면, 통신망을 통해 방송 서비스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TV, 태블릿 PC 등을 통해 방송, 전화, 인터넷, 각종 동영상 서비스를 즐기거나 이용할 수 있고, 각종 놀이나 일 처리까지도 할 수 있는 디지털 모바일 멀티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융합으로 등장한 여러 가지 멀티미디어의 이용이 확대됨에 따라 사람들의 일과 놀이에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사회적 영향에만 집중하다보면 왜 기술들이 어떠한 의도와 목적과 배경 속에서 개발, 보급, 이용되고 있는지를 헤아리는 데 소홀 할 수 있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어떤 경우에서나 미디어 기술의 개발과 보급 및 이용 확대를 둘러싼 경쟁은 늘 치열했다. 성공한 회사가 있는 반면 실패한 회사는 더욱 많다. 오늘날의 미디어 기술 발달과 변화는 기술 상호 간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받지만, 개인 - 기업 - 국가 - 세계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변인이 되고 있음도 분명하다.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의 발전 과정을 통시적으로 살펴볼 때, ‘변화하는 것'과 ‘(별로) 변하지 않는 것'을 동시에 성찰해야 한다. 미디어 기술은 괄목할 정도로 많이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미디어가 발전해왔던 그 과정에 개입된 인간의 욕망과 지혜, 이해관계자 상호간의 협력과 갈등과 경쟁의 논리에는 시대를 초월하여 어떤 유사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기술의 변화에 대한 통시적 고찰에 이어 미디어 기술과 사회 변화가 맺고 있는 관계에 관한 보다 이론적인 논의로 옮겨가 보고자 한다.
<3장 미디어 기술과 사회 변동에 관한 기존 논의>
이 장에서는 사회 변동에 관한 기존의 학술적인 논의를 간단히 짚어 보고, 기술과 사회 변동의 관계는 물론, 미디어 기술과 사회 변동의 관계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현재 사회가 변화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업속, 다른 한편에서도 미디어 기술이 변화되어 온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미디어 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관한 초기 논의는 주로 매스 미디어와 사회 변동의 관계에 관한 여러 연구 성과들이 있어 왔다. 계속해서 새로운 미디어들이 발명되어지고 있고 사람들이 어떠한 배경과 목적에서 등장했고 보급과 이용이 확대됐으며 그로 인해 어떤 집단이나 계층이 그 혜택을 보게 되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디어 기술과 사회 변화의 관계를 서로 연결하여 논의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BC 5세기경에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만물은 유전한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만물은 흘러가고 있으며, 무엇 하나 멈추고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세상은 항상 변한다. 사회는 항상 변한다는 얘기다. 14세기 중후반에 활동했던 아랍의 역사학자인 이븐 할둔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는 자기가 살던 중동 지역의 세상은 두종류의 집단이 계속 순환하면서 교차해 왔다고 보았다. 그가 설명하는 사회 변동은 유목민과 정착민의 반복적 순환이다. 원래 험난한 사막 지역을 떠돌며 살던 유목민은 모진 환경을 이겨 내기 위해 서로 강하게 결속하며 살아간다. 삶의 의지가 강하고 매우 전투적이다. 유목민이던 정착민은 초기에 나름대로의 문화를 꽃피우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지만 세월이 가면서 점차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진다. 집단 응집력이나 전투력도 점점 약해진다. 또 다른 순환론적 주기론은 아널드 토인비가 저서 <<역사의 연구>>에서 제기한 바와 같은 문명변동론이다. 그는 인류의 모든 문명은 생성, 성장, 침체, 해체의 과정을 거친다고 보았다. 어떤 문명이든 생성되고 나면 일정 기간 성장 및 발전해 나가다가 어느 시점에서 전성기를 거쳐 쇠퇴해지다가 소멸되고, 다시 새로운 문명이 생성, 성장, 침체, 해체된다는 것이다. 과거보다는 현재가, 그리고 현재보다는 미래가 더 발전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을 흔히 ‘사회진화론'이라고도 한다. 진화론적 발전론의 대표적인 3인방으로는 오귀스트 콩트, 허버트 스펜서, 에밀 뒤르켐이 종종 언급된다. 콩트는 사회가 신학적 단계와 형이상학적 단계를 거쳐 실증적 단계로 발전해 간다고 했고, 스펜서는 군사형 사회에서 산업형 사회로, 그리고 뒤르켐은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 진화, 발전해 간다고 하였다. 이들 진화론적 발전론과는 달리 카를 마르크스의 사회 변동론은 변증법적 발전론으로 분류된다. 사적 유물론에 입각한 그의 사회변동론은 원시 공산 사회에서 시작해서 고대 사회, 봉건 사회, 자본주의 사회를 거쳐 공산주의 사회로 발전해 나간다는 역사 발전 5단계설로 요약된다. 새로운 생산력에 조응하는 새로운 생산 관계, 즉 계급 관계가 형성되며, 궁극적으로는 공산주의 사회와 같은 계급 없는 사회로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다. 사회변동을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논의하는 입장이 있다. 사회 변화의 핵심 동인을 특정 사회에 존재하는 구성원들의 인성이나 심리적 동기, 성향 등에서 찾는 입장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심리적 상태와 욕구, 동기, 사회심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가에 따라 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르다고 본 것이다. 끝으로 사회 변동과 관련하여 가장 소극적인 관점으로서 구조기능주의적인 입장을 들 수 있다. 구조기능주의는 사회를 여러 하부 체계로 구성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각각의 하부 체계가 그 나름의 역할과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시스템으로서의 특정 사회가 안정성을 유지해 나간다는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탤컷 파슨스와 같은 구조기능주의자는 사회가 크게 경제, 정치, 사회, 문화와 같은 4개의 하부 체계로 구성된 것으로 보고, 이들 하부 체계는 각각 적응, 목표 달성, 통합, 잠재적 유형 유지와 같은 기능적 책무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앞에서는 사회 변동에 관한 기존 논의를 바탕으로 몇 가지 관점 혹은 입장들이 있음을 확인했다. 미디어 기술과 사회 변동을 주로 다루는 이 책에서 이러한 논의가 무엇 때문에 필요한가? 우리는 앞으로 미디어 기술과 사회 변동의 관계를 논의하는 불현듯 이러한 여러 기존 관점들의 잔상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디지털 미디어나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과 이용 과정에서 ‘사이버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시공을 초월하여 서로 온라인 채팅을 하거나 게임이나 거래를 하기도 한다.모바일 미디어를 이용하여 이동 중에 서로 소통하기도 하고 갖가지 일과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인터넷 세상 이전의 ‘정착민'적인 삶이 온라인상 혹은 모바일 미디어를 이용한 ‘유목민'적인 삶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보 사회 도래와 관련된 다수의 지배적인 논의들은 진화론적 발전론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을 또한 확인하게 된다. 가장 흔하게 인용되는 주장 중 하나인 앨빈 토플러의 제 1의 물결→ 제 2의 물결(산업혁명) → 제 3의 물결(정보 혁명) → 그 멘토 격인 대니얼 벨의 전 산업 사회 → 산업 사회 → 후기 산업 사회로의 3분류법, 그리고 가장 단순하면서도 일반적인 산업 사회에서 정보 사회로의 이행 논의 등은 모두 지속적인 발전을 강조하기 때문에 콩트나 스펜서, 뒤르켐류의 사회진화론의 기본 패턴을 거의 그대로 따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미디어 기술의 발전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미디어기술이 개발되고 보급, 이용되면서 국가 내적 혹은 국제적인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 생산력으로서의 미디어 기술의 변화와 생산 관계로서의 계급 관계의 불변 등에 관심을 갖는 비판적 관점들은 마르크스의 변증법적 발전론을 상당히 닮아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또한 미디어 기술이 급속히 발달되면서 새로운 사회로의 이행에 따른 적응 능력과 관련하여 컴맹이나 넷맹의 극복 필요성과 미디어 해독 능력의 제고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컴퓨터 마인드나 디지털 마인드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컴퓨터 마인드나 디지털 마인드의 확산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던 입장과 관점들을 현재 사용되고 있는 미디어에 새롭게 적용시킬 수 있다. 어떤 기술이든지 간에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다룸에 있어 기술을 사회 변화의 주된 원인이이나 핵심 동인으로 보는 관점이 있는가 하면, 사회적 조건이나 상황, 혹은 사람들의 사회적 관계가 기술의 개발, 보급 및 이용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말할때 종종 대립되는 관점이 존재한다. 기술결정론적인 관점과 사회구성론적 관점이 그것이다. 기술결정론은 사회에 미치는 기술의 영향력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데 비해, 사회구성론은 기술의 개발, 보급, 이용에 있어서 사회적 영향력을 역시 극단적으로 강조한다. 이들 대립되는 관점이 기술이 먼저인가, 사회가 먼저인가를 따지는 사이에 기술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발전해 나간다는 기술과 사회의 공진화론적 관점 혹은 상호작용론적 관점도 부분적으로 제기되곤 한다.
마르크스가 기술이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고 단언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생산력을 나타내는 물질적 하부 구조로서의 기술이 특정한 생산 관계하에서 사회 변화의 중요한 동인이 된다는 점을 강조했음은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기술결정론적 관점은 논의의 출발을 기술에서 시작하고 그로 인한 사회 변화를 설명한다. 대체로 왜 하필 그때 그 기술이었는가에 대해서는 굳이 말하지 않는다. 이는 기술이 그 자체의 고유한 발전 원리, 즉 과학 기술의 내적 원리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와 무관하게 자율적으로 발전한 기술이 사회의 변화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기술을 사회 변화의 원인, 즉 독립변인으로 보며, 사회 변화를 그 결과, 즉 종속변인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결정론적 관점은 미디어 기술과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하거나 설명하는 논의 속에도 매우 광범위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매스 미디어에 의해 대중 사회가 등장했다는 말이나 컴퓨터와 새로운 통신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정보 사회가 도래했다는 주장도 은연중에 바로 이러한 기술결정론적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디어 기술에 의해 개개인의 가치관이나 감각비는 물론 지배적인 이미지 패턴이나 상징체계, 심지어는 문명의 특성이 바뀌기도 했다는 주장들이 그런 것들이다.
사회구성론적 관점은 기술을 사회적 산물이며, 사회적 상황의 반영이라고 본다. 특정 기술은 사회적으로 선택된 것이고 그것의 변화와 발전 역시 사회적인 영역 안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특정 기술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은 사회적인 여러 힘들과 과정들의 조합에 의해서라고 보며, 그것의 변화와 발전과 관련해서도 사회적 선택과 행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회적 상황과 사람들의 의도, 목적 등이 우선적인 것이고 기술은 그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지고, 선택되고 이용되는 것이다. 사회구성론적 관점에서는 미디어 기술에 대해서도 당연히 이러한 입장을 견지한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이 등장하고 널리 보급된 것이 기술 자체의 순수한 논리에 의해서라기보다는 특정한 사회적 관계와 조건하에서 사회적인 여러 힘들이 상호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개발이나 보급이 여러 가지 사회적인 힘이나 요인들에 의해 좌우되거나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보는 관점이 사회구성론적 관점인 셈이다.
기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공진화론적 관점은 양자의 관계와 관련하여 어느 하나의 다른 하나에 대한 관계를 인과관계로 보는 관점에 반대한다. 기술을 사회 변화의 원인으로 본다든지, 반대로 사회적 조건이나 사회적 관계를 기술 등장과 발전의 요인으로 보는 관점에 반대한다. 공진화론적 관점은 기술결정론적 관점처럼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일방적 영향을 그렇게 강조하지는 않는다. 사회적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 기술이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여과되거나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공진화론적 관점 역시 보다 최근에 와서 미디어 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 사용된다. 미디어 기술이 도입되면서 그러한 기술이 기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선택적이며 또한 부분적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일정한 변화가 일어나겠지만, 기존의 사회적 관행에 의한선택적 수용으로 인해 예상보다는 그렇게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공진화론적 관점이 현실을 가장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관점일 수 있다.
<12장 한국 사회의 디지털 미디어 기술과 사회 변동>
기술이란 인간의 욕망과 지혜가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 낸 구체적인 성과물이다. 미디어 기술도 마찬가지다. 보다 정확하게, 보다 빠르게, 보다 멀리, 보다 효과적으로, 필요하다면 보다 많이, 보다 오래 일정한 의미를 보존하고 전달하고 공유하려는 인간의 욕구가 그것을 실현가능하게 하는 지혜와 결합함으로써 미디어 기술이 꾸준히 발전해왔고, 그때그때 새로운 미디어들이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은 저장 기술로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1990년대 초 중반 웹이 등장하고, 멀티미디어 PC의 이용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인터넷은 범세계적인 소통의 네트워크로 발전하고 신문, 방송, 통신 등 여러 미디어도 디지털화를 가속화함으로써 발전했다. 21세기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 단계에서는 미디어 간 디지털 융합과 광대역 유무선 통합망의 발전 등에 힘입어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 상황에서도 정보 검색과 전달 및 상호 소통은 물론 다양한 일과 놀이를 할 수 있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1980년대 ‘정보화' 정학 이후 다양한 미디어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의 미디어를 통해 여러 가지 일과 놀이를 할 수 있는 상황을 접하고 있다. 미디어가 디지털화된 후 우리 사회에 등장한 미디어만 해도 인터넷, 휴대폰, 컴퓨터 등이 있다. 먼저 컴퓨터만 하더라도 가정, 회사에서 다양한 일과 놀이를 할 수 있다. 웹 서핑을 통해서도 쇼핑, 게임, 예약 등을 할 수 있다. 과거에는 통신하면 공중 통신망을 이용한 음성 전화가 대종을 이루었는데, 이제는 SMS, 화상 전화, 인터넷 전화도 일상화되어 있다. 다기능화된 스마트폰이나 PC 하나만 있으면 대부분의 일과 놀이를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기술적 기초가 컴퓨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면 우리 사회의 디지털 미디어 수용은 196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4월 최초의 컴퓨터인 IBM 1401이 경제기획원 조사통계국에 도입됬기 때문이다. 무게만 해도 35톤이었다. 그로부터 10년뒤에 애플 II와 같은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했고, 국내에서도 1981년경부터 PC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PC가 개인용 소형 컴퓨터로만 사용되다가 PC 통신 서비스로 발전했다. 1980년대에는 신문이나 도서 출판 등 인쇄 미디어의 제작 과정에 컴퓨터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신문의 경우 <서울신문>이 CTS를 도입하여 신문 제작 과정이 전산화되었다. 초기의 이러한 미디어 디지털화가 보다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은 국내에서도 인터넷이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인터넷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 것은 1994년 한국통신이 Kornet 서비스를 개시하고부터였다. 그 뒤 기존 미디어들은 이러한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콘텐츠를 온라인으로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중앙일보>는 1995년 3월부터 국내 최초로 온라인 전자 신문 서비스를 개시했고 나머지 방송국들도 그를 이어 개시하였다. 또 그해 MBC에서 라디오를 인터넷으로 생중계 했고, 10월에는 TV인터넷 생중계를 실시하기도 했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포털화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포털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야후코리아를 통해서였다. 그 후 인터넷 카페, SNS 서비스인 싸이월드, 네이버 뉴스 및 통합 검색, 그리고 지식 IN등으로 급부상하고 한게임과 통합한 네이버가 지금까지도 국내 최대 포털로 군림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기존의 전화 서비스와 함께 방송 서비스도 점차 디지털화의 길을 걸어왔다. 1999년부터는 아날로그 이동 전화 서비스는 전면 중단했다. 디지털 이동 전화는 발전하여 3G 영상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디지털 전환 작업이 가장 먼저 시작된 방송 미디어는 지상파였다. 2001년 말부터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 왔고, 2012년 12월 31일 전국적으로 아날로그 방송을 종료하고 디지털로 완전 전환했다. 이러한 방송과 통신의 디지털화와 광대역화에 따라 국내에서도 방송과 통신 서비스가 훨씬 다양화되고, 이동형 서비스와 방송 통신 융합 서비스가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정보 저장과 처리 및 전달 속도 역시 크게 향상되었다. 그렇기에 콘텐츠 제작 및 전송 장비 등의 지속적인 경박단소화와 저렴화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보다 최근에는 SNS와 스마트폰 열풍이 불었다. 일상 속에서 많은 사용이 이루어지면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은 가장 대중적인 디지털 미디어가 되고 있다.
여러 미디어의 디지털화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은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의 확산이 본격화되고 정보를 처리, 저장하는 컴퓨터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을 이용한 새롭고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의 출현과 방송과 통신의 디지털화, 모바일 미디어 환경의 비약적인 발전 등으로 인해 각종 개인형, 이동형, 융합형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렇게 다양한 미디어가 우리의 삶속에 들어오게 되면서 디지털 미디어 이용은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 그동안 여러가지 디지털 미디어가 어느 정도로 널리 보급,이용되고 있는지 알아볼 예정이다.
스마트폰 등 컴퓨터 기능이 내장된 모바일 미디어 보급이 늘어남에 따라 별도의 컴퓨터를 따로 구매하지 않는 경우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컴퓨터 보급이 늘어나고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PC 통신과 인터넷도 급속히 발전되고 그 이용도 크게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1990년 이후 초고속 인터넷망의 확대와 함께 인터넷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PC 보급이 크게 늘어나고 PC 통신을 통해 전자 우편과 온라인 전자 회의, 전재 대화, 동호회, 공개 토론회 등 가입자 간에 유용한 정보 교환이 가능한 종합적인 정보 통신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1990년 이후 이용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미 국내에서 초고속 인터넷망이 급속히 확대되고 새로운 인터넷 포털 사업자가 급성장하는 등 이에 따른 인터넷 이용자 급증 추세를 고려한다면, 실제 크게 줄어든 PC 통신 이용자 수가 제대로 반영된 통계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전체 가구의 인터넷 접속률은 99.7%에 달해 거의 모든 가정에서 유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데스크톱 컴퓨터나 노트북 등으로 인터넷을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주로 스마트폰이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 검색을 넘어 모바일 동영상 콘텐츠 이용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인터넷 뱅킹의 경우도 이용자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이동 통신 이용은 무선 호출 서비스, 아날로그 셀룰러 방식의 이동 전화 서비스, 그리고 CDMA디지털 이동 전화 서비스와 최근의 스마트폰 서비스로의 진화, 확대 과정을 보면 최근까지의 변화 추이를 잘 알 수 있다. 1892년 11월 개시한 무선 호출(삐삐) 서비스는 1,500만 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그러다가 이동전화 가입자가 발생하면서 무선 호출 서비스는 격감하였다. 1996년부터 디지털 CDMA가 시작하면서 아날로그 가입자는 크게 줄어드는 대신, 디지털 가입자가 급증했다. 디지털 이동 전화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2010년 전체 인구수보다도 많은 5,000만대, 2020년 현재 7,050만대에 이르고 있다. 2009년 11월, 국내에서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다시 이동 전화 이용에 큰 변화가 생겼다. 10대와 20대의 90% 이상이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를 생각하고 있으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그러한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으나, 이 역시 계속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방송 미디어의 경우 2001년부터 지상파를 필두로 디지털화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1년 말 지상파 DTV에 이어, 2002년 3월 디지털 위성 방송 서비스, 그리고 2005년 5월 디지털 케이블 TV가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방송 매체의 디지털화와 함께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방송 시청이 가능해짐에 따라 국내의 방송 시청 환경도 많이 달라져 왔다. 디지털 TV 수상기는 물론 태블릿 PC나 노트북 컴퓨터, 그리고 스마트폰 등을 통해 방송 이용도 일상화되었다. 시청자들의 하루 평균 TV이용 시간은 2013년 이후 2019년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스마트폰 이용 시간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의 OTT 이용률과 OTT를 통한 TV시청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어, 시청자들의 방송 시청 행태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미디어 디지털화와 디지털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 본격적인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전개는 1990년대 중후반 인터넷 서비스가 급속히 확대 보급되면서부터이다. 물론 그 전에도 도서, 출판물 제작의 전산화, PC 통신과 데이터 통신의 보급, 일부 이동 통신 서비스의 제공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인터넷 서비스의 상용화, 인터넷 신문 서비스, 인터넷을 통한 방송 서비스, 디지털 이동 전화 서비스, 인터넷 포털 서비스, 초고속 인터넷 보급 등은 대부분 1990년대 중.후반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방송 미디어의 디지털화는 지상파를 필두로, 디지털 위성 방송, 데이터 방송, 디지털 케이블 TV, 위성 DMB, 지상파 DMB 등의 디지털 이동 방송 등 주로 2000년대 전반기에 이루어졌고, 후반기에는 인터넷망을 통한 전화 서비스, TV 포털 서비스, 휴대 인터넷 서비스, 그리고 여러가지 융합 서비스가 가능한 스마트폰과 태플릿 PC 등의 스마트 미디어 보급은 물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크게 활성화되었다.
우선 무엇보다도 디지털 미디어 서비스의 종류와 양이 확대되고 그 이용자 수가 증가하면서 디지털 미디어 관련 산업은 물론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한 경제 활동도 크게 증가하였다.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 총액은 2001년 119조원이었던 것이 2011년 1,000조원을 넘어선 데서 그 규모 확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액도 2002년 6조 300억원이던 데서 2012년에는 34조 680억으로 늘어났고, 현재도 계속하여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에서 모바일 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다.
컴퓨터 보유 가구와 인터넷 이용자가 계속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활동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9년 현재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 수가 이미 41억 3,000만명을 넘어섰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PC 통신 이용자가 급속히 늘어나더니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는 인터넷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인터넷의 평균 이용 시간도 그만큼 증가하였다. 20년전에 비해 많은 사람이 적극적으로 보다 많은 시간을 내서 인터넷을 이용한다는 의미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늘어나고 그들의 활동이 보다 적극적으로 된다는 것은 그만큼 이용자들 상호 간의 미디어 네트워크가 확대되고, 네트워크상의 활동 공간, 즉 사이버공간이 다양한 활동 무대로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이메일을 넘어 다양한 SNS 서비스를 통해서도 서로 소통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인터넷이 범세계적인 컴퓨터 네트워크라는 점에서 유무선 인터넷 이용자의 수의 확대와 인터넷 이용 범위의 확대와 다양화, 그리고 인터넷 이용자들의 보다 적극적인 인터넷 이용 활동은 결과적으로 미디어 네트워크가 계속 확장하고 사이버공간이 계속 확대되는 국면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일부 소외되는 이들이 있는 경우에는 새로운 디지털 정보 격차나 불평등을 초래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에도 일부 지역, 계층, 연령층의 경우 컴퓨터 보유나 인터넷 이용 등과 관련된 디지털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미디어 디지털화는 국내의 경우에도 한편으로는 미디어 분화를,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디어 융합을 촉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디지털화는 기존의 미디어 제작 방식이나 전송 방식 혹은 미디어 이용 방식을 혁신시켜 새롭고도 다양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했을 뿐 아니라 압축 기술 등을 통해 동일한 주파수 대역에서도 훨씬 많은 가용 채널이나 데이터 전송을 가능하게 했다. 미디어의 분산은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 개발과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들에게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를 제공해 주기도 하고, 보다 다양하고도 전문적인 콘텐츠 개발을 자극하는 새로운 동인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시장 불확실성의 제고와 함께 사업자들 간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미디어 융합 역시 새로운 융합 서비스를 둘러싼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를 제공해 주는 측면이 있지만, 길게 보면 미디어 융합은 서비스 융합을 가져오고 서비스 융합은 사업자 융합을 초래함으로써 국내와 국제적인 거대 자본에 의한 미디어 산업의 집중화나 독과점화 경향을 가져오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는 서비스되는 미디어의 종류가 많아질 뿐 아니라 각 미디어별 채널 수나 제공되는 정보량도 훨씬 많아진다. 앞서 살펴본 디지털화에 따른 미디어 분산과 융합은 새로운 미디어가 대거 등장함을 의미한다. 그러한 뉴 미디어들은 디지털 압축에 의해 가용 채널이나 처리 가능한 정보량 역시 크게 증가한다. 실제 우리 사회에서의 미디어 디지털화는 시기적으로 사회 민주화 과정과 궤를 같이하면서 수많은 대안 미디어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방송 미디어의 경우도 디지털화에 따라 채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디지털화에 의해 방송 사업자들이 제공하는 채널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이용 가능한 채널이 그만큼 늘어난 것이고, 그들의 보다 다양한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채널이 늘어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채널의 증가는 과거에는 존재하기 어려웠던 대안 채널의 등장 가능성을 그만큼 더 높여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채널의 증가로 이어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디지털 미디어의 발전은 새로운 미디어와 채널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미디어 수신 단말기의 경박단소화를 동시에 실현시켰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미디어와 채널의 세분화와 전문화를 가능하게 했고, 동시에 미디어 이용의 개인화를 촉진시켰다. 미디어 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이제는 하나의 개인용 단말로 전화와 인터넷은 물론 방송 시 청취와 홈네트워킹, 다양한 거래와 놀이와 활동 등 멀티태스킹을 할 수 있는 단계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공급되는 디지털 미디어는 더욱 세분화, 전문화되고 그러한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보다 개인화되는 현상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환경은 세분화, 전문화, 개인화의 흐름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주변에 대한 무관심이 사회적으로는 분절화와 파편화의 길을 재촉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다. 지나치게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에 맞는 채널이나 미디어에만 치중하다 보면 수용자 극화 현상이 발생함으로써 개개인의 지적 편식에 의해 사회적 합의나 여론 수렴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들어서면서 여론 형성 과정이나 집합 행동에도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나 미디어 보유와 이용 및 활용에 있어 사람들 간에 일정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특정한 미디어 보급이 일반화, 대중화되면서 그러한 차이가 점차 줄기도 하지만, 다시 새로운 미디어가 보급되면서 새로운 격차가 발생하기도 한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기본 매체라 할 수 있는 컴퓨터 보유와 인터넷 이용과 관련하여 정부에서도 사회 구성원 간에 존재하는 차이를 조사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소해 왔다. 컴퓨터 보급과 인터넷 이용이 대중화되고, 국가 차원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그러한 차이는 실제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 보급과 이용은 기존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그 뒤 스마트폰 이용이 활성화되면서는 다시금 새로운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한때 ‘신정보격차'라고 했는데 이러한 신정보 격차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줄어들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한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스스로를 ‘IT 강국' 으로 자임해 왔다. 주로 미디어 부문의 지수로 한국은 해가 갈수록 계속 순위 상승을 보였다. 최근 국제적인 수준에서 국가 정보화 수준을 비교하는 지표가 상당히 달라지긴 했지만, 공공 데이터 개방 지수 등에서는 세계 1~4위의 높은 수준을 보이고, 네트워크 준비 지수, 기술 인프라 부문의 국가 경쟁력 지수, 기술 준비도 분문의 국가 경쟁력 지수도 비교하는 나라 수에 비하면 결코 낮은 순위라고 할 수 없다. 전반적으로 세계가 공인하는 IT 기술 선진국임에 분명하다. 이에 북한 아예 논의로 취급된다. 해킹 기술은 상당히 발달해 있는 것처럼 종종 보도되는 북한은 크게 뒤처져 있다. 이러한 남북한 격차는 길게 보면, 남한 사회 내의 디지털 정보 격차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나 향후의 해결 과제이다. 북한은 여전히 아날로그 후진국으로 남은 채 디지털 영역에서 아예 비교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미디어의 변화를 보면 실로 놀랍다. 우리 사회의 미디어 환경 자체가 많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우리나라의 위상도 크게 달라진듯이 보인다. 또한 디지털 미디어로 인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변화들이 다양하게 감지된다.그러한 노력과 경쟁 과정에서 성공한 이들이 있었는가 하면 실패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새롭고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들이 개발, 보급, 이용되면서 우리 사회의 산업 구조가 달라지고 우리의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는 새로운 기업들이 출현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보다 큰 흐름을 보면,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이러한 경제 권력 외에 정치권력이나 문화 권력, 언론 권력 등 우리 사회의 기존 지배 세력이 미디어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혹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적응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계속 유지, 강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는 질적으로 전혀 다른 새로운 권력이 창출되고 사회 전반의 권력 프레임이 근본적으로 재구조화되는 것인지를 우리 사회의 경우에도 전반적으로 검토해 봐야 한다. 즉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에서 한국 사회 역시 권력 이동을 경험하고 있는가, 아니면 디지털 미디어는 기존 권력의 유지 혹은 강화에 더 기여하는 것인지를 묻게 되는 것이다.
과학 기수류의 발전에 의해 한편으로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며 풍요로운 사회를 구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러한 기술로 인해 불안과 위험, 재난과 더욱 큰 불확실성에 노출되는 사회, 즉 위험 사회에 직면하게 되었음을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관점의 연장선상에서 디지털 미디어와 사이버공간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부정적 현상들이 그러한 기술에 의한 사회 경제적 혜택을 넘어서는 사회 상태를 디지털 위험 사회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실제 우리 사회도 인터넷의 확산을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의 보급과 이용이 광역화, 일상화되면서 사회 곳곳에서 과거에 없었던 신종 범죄나 사회적 부작용 등의 역기능적인 현상들이 다수 생겨나고 있다.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보안 위협, 저작권 침해 그리고 사이버 스토킹 등의 위험성이 지적되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 미디어 보급과 이용 확대에 따른 위험 사회의 징후로는 복사나 복제의 용이성으로 인한 저작권 침해, 각종 바이러스 유포와 해킹, 스팸 메일 발송, 개인 정보 유출, 각종 인터넷 사기, 유해 사이트, 악성 댓글이나 허위 정보 유포 등다양한 범죄와 부작용이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편 경찰청의 사이버수사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범죄는 해가 갈수록 계속 늘어나고 있다. 특히 많은 중가세를 보인 것은 직거래와 쇼핑몰, 게임, 무역 등에서의 인터넷 사기로 2.4배나 증가했다. 특히 갈수록 심각해지는 디지털 위험 사회의 ‘위험'과 관련하여 우려하는 현상 중 하나가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사회 전반이 더욱더 감시 사회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3.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별 미디어 디지털화는 한편으로 미디어의 분산과 미디어 폭발 현상을 가져옴으로써 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고 표출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기도 했지만, 동시 혹은 후발적으로 전개된 미디어 융합 추세는 거대 자본에 의한 미디어 집 중화나 그로 인한 사회적 다양성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자아내게 했다. 디지털 미디어가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긍정적인 변화도 가져왔지만, 우리 사회에 미친 여러 가지 부정적인 측면들도 확인되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에 제대로 적응하는 사회 구성원과 사회적 취약 계층 간에 지속적인 디지털 격차 너울 현상이 초래되고 있고, 분단 상황에서 남북한 간의 디지털 정보 격차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미디어 디지털화와 그것의 사회적 영향 등을 검토하면서 얻은 결론은 분명 변화하는 것이 있는 반면, 변화하지 않는 것도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의 이용 행태와 그로부터 얻게 되는 여러 분야에서의 다양한 편익들이다. 그러나 그러한 미디어들이 누구에 의해 어떤 목적으로 개발되고 보급되고 이용되고 있는가를 묻게 되면 대답은 달라진다. 한편에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전통적인 지배 세력에 의해 디지털 미디어가 수용되거나 개발되고 산업화, 시장화 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충분하고도 균형 잡힌 접근과 이해가 필요하다.
<13장 소통 기술의 과잉과 소통 부재의 한국 사회>
먼저 미디어 기술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보면, 그것은 분명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진화과정을 반영해 준다. 말만이 존재하던 초기의 인간들은 직접적인 면 대 면 상황에서 몸말과 입말을 통해 서로 소통함으로써 현장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나름대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보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과학 기술을 이용한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순식간에 먼 데까지 메시지를 보내고 또 쌍방 간에 실시간 소통 하는 것도 가능하게 되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미디어 기술의 변화와 발전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의미 변질을 막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같은 메시지를 전하며, 먼 데까지 빨리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그러한 기술의 발명과 개발을 가능하게 한 당대의 인간 지혜와 만나면서 가능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사회도 발전적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그러나 사회가 늘 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디어 기술이 사회 변화와 갖고 있는 관계에 있어서도 이러한 각각의 관점들과 상당히 유사하거나 그러한 관점들에 기댄 경우들이 적지 않음을 이미 앞에서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미디어 기술과 사회 변화의 관계를 다루어 온 기존의 학술적인 논의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본 결과, 매우 다양한 관점들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에 의해 그것이 정치적이든 사회적이든 문화적이든 아니면 경제적이든 분명 어떤 변화가 일어나느 것은 사실이다. 어떤 미디어든 개발의 목적이나 동기가 있고, 그것을 사회적으로 수용하거나 보급하려는 이유나 목적 역시 있기 마련이다. 분명한 것은 특정한 미디어 기술에 의한 사회 변동과 특정한 사회적 조건이나 의도 및 목적에 따른 특정 미디어 기술의 선택과 이용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기술이 사회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사회가 기술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한 사회 내에서 미디어 기술과 사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현상의 기술결정론적인 측면과 사회구성론적인 측면은 서로 공존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미디어 기술과 사회 변화의 관계를 고려할 때 이들 양 관점은 물론 그 하부의 다양한 관점들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보다 구체적인 내용과 방향이다.